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꼭지켜야 할 일 ᆞ1 / 임승훈

푸른 언덕 2022. 6. 11. 19:19

 

그림 / 서문일초

 

 

 

꼭지켜야 할 일 ᆞ1 / 임승훈

 

 

십오 년 만에

장롱 서랍장 밑에서 찾아낸

아내의 얼굴 자국

먼지 먹은 원고지와 눈물 먹은 일기장 속에

그녀의 혼불이 살아 있었다

 

깨알 손글씨에

민낯을 드러낸 아내의 얼굴

긴 병마에 멍든 가슴 일기장에 남아 있고

두 아이의 사연이 눈가에 멍울져 있었다

밀물과 썰물에 밀려갔다 밀려오는

그녀의 숨겨진 그림자 일기

읽어보고 또 읽어 본다

 

나는 갯벌에 나와

물을 찾아 떠도는 물새

상처 난 외눈으로 아내의 눈물을

먹고 있는 눈물 새

 

무정하고 무심한 나비 꽃 당신

그래도 당신이 남기고 간

꼭 지켜야 할 일을 또 다시 보고

상처난 세월을 다시 꿰매고 있다

 

 

 

 

 

임승훈 시집 / 꼭, 지켜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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