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서문일초
꼭지켜야 할 일 ᆞ1 / 임승훈
십오 년 만에
장롱 서랍장 밑에서 찾아낸
아내의 얼굴 자국
먼지 먹은 원고지와 눈물 먹은 일기장 속에
그녀의 혼불이 살아 있었다
깨알 손글씨에
민낯을 드러낸 아내의 얼굴
긴 병마에 멍든 가슴 일기장에 남아 있고
두 아이의 사연이 눈가에 멍울져 있었다
밀물과 썰물에 밀려갔다 밀려오는
그녀의 숨겨진 그림자 일기
읽어보고 또 읽어 본다
나는 갯벌에 나와
물을 찾아 떠도는 물새
상처 난 외눈으로 아내의 눈물을
먹고 있는 눈물 새
무정하고 무심한 나비 꽃 당신
그래도 당신이 남기고 간
꼭 지켜야 할 일을 또 다시 보고
상처난 세월을 다시 꿰매고 있다
임승훈 시집 / 꼭, 지켜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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