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서대문 공원 / 정호승

푸른 언덕 2022. 6. 9. 18:26

 

그림 / 유민

 

 

서대문 공원 / 정호승

 

 

서대문 공원에 가면

사람을 자식으로 둔 나무가 있다

 

폐허인 양 외따로 떨어져 있는

사형 집행장 정문 앞

유난히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

 

미루나무는 말했다

사형 집행이 있는 날이면

애써 눈물은 감추고 말했다

 

그래 그래

네가 바로 내 아들이다

그래 그래

네가 바로 내 딸이다

 

그렇게 말하고

울지 말고 잘 가라고

몇날 며칠 바람에 몸을 맡겼다

 

 

 

 

정호승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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