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예순
고래가 일어서다 / 김은수
일상이 싱거워졌다.
바람 부는 날
바다는 고래가 된다
태풍이 불면 힘차게 일어서는 고래
수평선 넘어 잊었던 기억 등에 지고
성큼 타가서는 맷집에
모래사장은 오줌을 지리고 있다
고래가 날 세워 호통친다
바람을 맞잡고 일어서는 거품들
헤진 옷깃 깊숙이 젖어든다
순간
짠맛에 길들여진 고래 뱃속에서
일상이 속속 숨죽이며 벌떡 일어섰다.
2020 인사동 시인들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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