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바람과 놀다 / 나호열

푸른 언덕 2022. 6. 14. 19:14

 

그림 / 한정미

 

 

 

 

바람과 놀다 / 나호열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이 살고 있는

고향으로 갑니다

어느 사람은 서쪽으로 흘러가는 강이냐 묻고

어느 사람은 죽어서 날아가는 먼 서쪽하늘을 그리워합디다만

서천은 에둘러 굽이굽이 마음 적시고

꿈을 입힌 비단 강이

어머니 품속 같은 바다로 잦아드는 곳

느리게 닿던 역은 멀리 사라지고

역 앞 허름한 여인숙 어린 종씨는

어디서 늙고 있는지

누구에게 닿아도 내력을 묻지 않는 바람이 되어

혼자 울다가 옵니다

 

 

 

 

나호열 시집 / 안녕, 베이비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