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고래가 일어서다 / 김은수

푸른 언덕 2022. 6. 13. 18:45

 

그림 / 김예순

 

 

 

 

고래가 일어서다 / 김은수

 

 

일상이 싱거워졌다.

 

바람 부는 날

바다는 고래가 된다

태풍이 불면 힘차게 일어서는 고래

 

수평선 넘어 잊었던 기억 등에 지고

성큼 타가서는 맷집에

모래사장은 오줌을 지리고 있다

 

고래가 날 세워 호통친다

바람을 맞잡고 일어서는 거품들

헤진 옷깃 깊숙이 젖어든다

 

순간

짠맛에 길들여진 고래 뱃속에서

일상이 속속 숨죽이며 벌떡 일어섰다.

 

 

 

 

 

2020 인사동 시인들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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