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유민
서대문 공원 / 정호승
서대문 공원에 가면
사람을 자식으로 둔 나무가 있다
폐허인 양 외따로 떨어져 있는
사형 집행장 정문 앞
유난히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
미루나무는 말했다
사형 집행이 있는 날이면
애써 눈물은 감추고 말했다
그래 그래
네가 바로 내 아들이다
그래 그래
네가 바로 내 딸이다
그렇게 말하고
울지 말고 잘 가라고
몇날 며칠 바람에 몸을 맡겼다
정호승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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