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국화 차를 달이며 / 문 성 해

푸른 언덕 2021. 10. 31. 20:04

그림 / 국중길

 

국화 차를 달이며 / 문 성 해

국화 우러난 물을 마시고

나는 비로소 사람이 된다

나는 앞으로도 도저히 이런 맛과 향기의

꽃처럼은 아니 될 것 같고

또 동구 밖 젖어드는 어둠 향해

저리 컴컴히 짖는 개도 아니 될 것 같고

나는 그저

꽃잎이 물에 불어서 우러난

해를 마시고

새를 마시고

나비를 모시는 사람이니

긴 장마 속에

국화가 흘리는 빗물을 다 받아 모시는 땅처럼

저녁 기도를 위해 가는 향을 피우는 사제처럼

텅텅 울리는 긴 복도처럼

고요하고도 깊은 가슴이니

 

<문성해 시인 약력>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매일 신문 신춘문예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자라><아주친근한 소용돌이>

<입술을 건너간 이름><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