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대결 / 이 상 국

푸른 언덕 2021. 10. 29. 17:44

그림 / 김 정 수

 

대결 / 이 상 국

 

큰 눈 온 날 아침

부러져나간 소나무를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눈의 무게를 받으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빛나는 자해(自害)

혹은 아름다운 마감

나는 때때로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

이상국 시집 / 국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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