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966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그림 : 온 선 영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써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장석주 시인의 책 /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할미꽃과 어머니의 노을 / 최 효 열

그림 : 박 인 선 ​ ​ 할미꽃과 어머니의 노을 / 최 효 열 ​ ​ 어머니는 살아서도 할미꽃, 굽어진 등 너머 팔순세월 마디마디 새겨진 사연 아버지 무덤에서 핀다 당신을 여의고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감내하며 살아 온 길, 미운 정 고운 정 곱씹으며 푸념 담아 당신에게 올리는 잔 추억으로 피는 그리움이라고, 사랑이라고 살아서도 할미꽃으로 핀다 변화하는 세월 저 깊은 곳에 담겨진 보릿고개보다 외로움을 삭히셨을 눈물로 보낸 세월이 소리 없는 아픔으로 가득한데 산새 사랑가 오리나무에 걸터앉아 울고 오던 길 더듬는 어머니 머리위로 이는 붉은 노을이, 서산으로 어머니의 노을이 진다.

연꽃 / 오 세 영

그림 : 강 애 란 ​ ​ 연꽃 / 오 세 영 ​ 불이 물속에서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연꽃을 보면 안다. 물로 타오르는 불은 차가운 불, 불은 순간으로 살지만 물은 영원을 산다. 사랑의 길이 어두워 누군가 육신을 태워 불 밝히는 자 있거든 한송이 연꽃을 보여 주어라. 닳아 오르는 육신과 육신이 저지르는 불이 아니라. 싸늘한 눈빛과 눈빛이 밝히는 불, 연꽃은 왜 항상 잔잔한 파문만을 수면에 그려 놓는지를 ​ ​ ​ ​

덤 / 나 호 열

그림 : 정 연 화 ​ ​ ​ 덤 / 나 호 열 ​ ​ 오늘을 살아내면 내일이 덤으로 온다고 ​ 내가 나에게 주는 이 감사한 선물은 가난해도 기뻐서 샘물처럼 저 홀로 솟아나는 사랑으로 넘친다고 ​ 길가의 구부러진 나무에 절을 하는 사람이 있다 먼지 뒤집어쓰고 며칠 살다 갈 작은 꽃에 절을 하는 사람이 있다 ​ ​ ​ 시집 :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 ​ ​ ​

꽃이 진다면 / 황 은 경

​ ​ 꽃이 진다면 / 황 은 경 ​ 꽃이 진 자리도 아픈가 봐요 계절의 흐름대로 아픈 자리에 다시 피는 다른 꽃 사람의 가슴처럼 아픔이 있어요 ​ 꽃이 진 자리에는 물기조차 머물 새가 없겠지요 이른 아침 거미그물이 받쳐 준 성수 같은 눈물 초록의 들풀이 꿈꾸는 자리에 떨굽니다 ​ 떠남의 의미가 지워진다고 가슴에 담은 사랑이 지워지지 않아요 꽃이 진 자리에 다시 생명이 닿을 때까지 부디, 우리 아프지 말아요. ​ ​ 시집 : 생각의 비늘은 허물을 덮는다

혀 / 정 호 승

​ ​ 혀 / 정 호 승 ​ ​ 어미개가 갓난 새끼의 몸을 핥는다 앞발을 들어 마르지 않도록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온몸 구석구석 혀로 핥는다 병약하게 태어나 젖도 먹지 못하고 태어난 지 이틀만에 죽은 줄을 모르고 잠도 자지 않고 핥고 또 핥는다 나는 아이들과 죽은 새끼를 손수건에 고이 싸서 손바닥만한 언 땅에 묻어주었으나 어미개는 길게 뽑은 혀를 거두지 않고 밤새도록 허공을 핥고 또 핥더니 이튿날 아침 혀가 다 닳아 보이지 않았다 ​ ​ ​ 시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갈등 / 김 광 림

그림 : 김 현 경 ​ ​ ​ 갈등 / 김 광 림 ​ ​ 빚 탄로가 난 아내를 데불고 고속버스 온천으로 간다 십팔 년 만에 새삼 돌아보는 아내 수척한 강산이여 ​ 그동안 내 자식들을 등꽃처럼 매달아 놓고 배배 꼬인 줄기 까칠한 아내여 ​ 헤어지자고 나선 마음 위에 덩굴처럼 얽혀드는 아내의 손발 싸늘한 인연이여 ​ 허탕을 치면 바라보라고 하늘이 거기 걸려 있다 ​ 그대 이 세상에 왜 왔지? 빚 갚으러 ​ ​ ​ 시집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 ​ ​

꽃 그늘에 눕힐란다 / 강 경 주

그림 : 유 복 자 ​ ​ 꽃 그늘에 눕힐란다 / 강 경 주 ​ ​ 개밥도 챙겨 주고 닭 모이도 주어야지 목숨 붙은 것들인디, 나만 믿고 사는디 꽃구경 거 좋겄다만 내사 마 못 가겄다 ​ 여기도 봄은 오고 눈빛 또한 따듯하다 생강나무 꽃숨따라 산수유 노랗더니 무 배추 장다리꽃에 정령 같은 나비 떴다 ​ 꽃 피고 지는 거나 사람 왔다 가는 거나 해 뜨고 지는 일도 내 눈엔 다 한 가지다 한나절 적막한 꿈이나 꽃그늘에 눕힐란다 ​ ​ ​ 시집 : 노모의 설법 ​ 안개꽃 라벤더 ​ ​ 너는, 누구냐 / 강 경 주 ​ 꽃은 무심히 피어 저리도 아름다운데 ​ 나는 마음을 잃고 치매를 앓는 구나 ​ 내가 네 어미였더냐 ​ 언제까지 그랬냐 ​ ​ 시집 : 노모의 설법 ​

당신은 울고 있나요 / 김 종 찬

그림 : 김 대 정 당신은 울고 있나요. / 김 종 찬 당신은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찻잔에 어리는 추억을 보며 당신은 울고 있네요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을 누가 알았던가요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 한때 당신을 미워했지요 남겨진 상처가 너무 아파서 당신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나 혼자 방황했었죠 당신은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 한때 당신을 미워했지요 남겨진 상처가 너무 아파서 당신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나 혼자 방황했었죠 당신은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