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늘 촛불 / 복효근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 놓은 마늘쪽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복효근 시인 (1962~) *시와시학 등단 (1991) 단양 마늘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