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마늘 촛불 / 복효근

푸른 언덕 2023. 5. 2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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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촛불 / 복효근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 놓은 마늘쪽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복효근 시인 (1962~)

*시와시학 등단 (1991)

 

 

 

 

 

단양 마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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