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촛불 / 복효근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 놓은 마늘쪽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복효근 시인 (1962~)
*시와시학 등단 (1991)
단양 마늘 시장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명도 / 이생진 (22) | 2023.05.31 |
---|---|
오 남매 / 박은영 (17) | 2023.05.31 |
백지 1 / 조정권 (17) | 2023.05.28 |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20) | 2023.05.27 |
오월 / 피천득 (37) | 2023.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