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백지 1 / 조정권

푸른 언덕 2023. 5. 28. 20:56

그림 / 정란숙

 

백지 1 / 조정권

꽃씨를 떨구듯

적요한 시간의 마당에

백지 한 장이 떨어져 있다.

흔히 돌보지 않는 종이지만

비어있는 그것은

신이 놓고 간 물음.

시인은 그것을 10월의 포켓에 하루 종일 넣고 다니다가

밤의 한 기슭에

등불을 밝히고 읽는다.

흔히 돌보지 않는 종이지만

비어 있는 그것은 신의 뜻.

공손하게 달라하면

조용히 대답을 내려주신다.

 

저서 / 이형기 시인의 시 쓰기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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