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신일호 공부 / 김사인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면 나는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착하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 하겠지요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인적 드문 소로길 스적스적 걸어 날이 저무는 일 비 오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으로 골똘히 서 있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김사인 시집 / 어린 당나귀 곁에서 * 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