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공부 / 김사인

푸른 언덕 2023. 4. 11. 18:19

그림 / 신일호

공부 / 김사인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면 나는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착하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 하겠지요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인적 드문 소로길 스적스적 걸어

날이 저무는 일

비 오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으로 골똘히 서 있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김사인 시집 / 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

* 1956년 충북 보은 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시집 <밤에 쓰는 편지><가만히 좋아하는><박상륭 깊이 읽기><시를 어루만지다>

*2022년 서울 광화문 글판 김사인 시 <공부>선정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루 / 나호열  (26) 2023.04.13
밥 / 나태주  (18) 2023.04.12
답장 / 조광자  (16) 2023.04.10
어린 봄 / 나태주  (19) 2023.04.09
섬진강 2 / 김용택  (21) 202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