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서길순 끝과 시작 / 쉼보르스카스 모든 전쟁이 끝날 때마다 누군가는 청소를 해야만 하리. 그럭저럭 정돈된 꼴을 갖추려면 뭐든 저절로 되는 법은 없으니. 시체로 가득 찬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누군가는 길가의 잔해들을 한옆으로 밀어내야 하리. 누군가는 허우적대며 걸어가야 하리. 소파의 스프링과 깨진 유리 조각, 피 묻은 넝마 조각이 가득한 진흙과 잿더미를 헤치고. 누군가는 벽을 지탱할 대들보를 운반하고, 창에 유리를 끼우고, 경첩에 문을 달아야 하리. 사진에 근사하게 나오려면 많은 세월이 요구되는 법. 모든 카메라는 이미 또 다른 전쟁터로 떠나버렸건만. 다리도 다시 놓고, 역도 새로 지어야 하리. 비록 닳아서 누더기가 될지언정 소매를 걷어붙이고. 빗자루를 손에 든 누군가가 과거를 회상하면, 가만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