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원경 체온 / 신현림 그토록 그윽하게 출렁거리면서 남도 들판은 갈색 창호지 같은 저녁을 태운다 흙 속에서 둥둥 북소리가 울리고 무등산 그늘이 나를 덥는다 나를 울린다 무섭고 오랜 날씨를 견딘 운주사 석불처럼 한없는 부드러움에 감겨 굳은 외투가 부푼다 바늘 같은 마을 불빛, 소쇄원 대나무 숲의 은밀한 질서 저 스러지고 소생하는 야생의 체온 얼마나 장엄한 덧없음이 지상을 움직이는가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질 아름다움이 인생을 다스리는가 이 순간의 희열을 위해 서울을 떠나왔듯 쾌감의 끝이 슬픔이듯 내 발은 흙 속에 잠긴다 신현림 시집 /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