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째 봄 / 이 병 률 그림 / 이정섭 몇 번째 봄 / 이 병 률 나무 아래 칼을 묻어서 동백나무는 저리도 불꽃을 동강동강 쳐내는구나 겨울 내내 눈을 삼켜서 벚나무는 저리도 종이눈을 뿌리는구나 봄에는 전기가 흘러서 고개만 들어도 화들화들 정신이 없구나 내 무릎 속에는 의자가 들어 있어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앉지를 않는구나 이병률 시집 / 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이야기/명시 2022.05.23
다리 / 정복여 그림 / 장순업 다리 / 정복여 강물 이라든지 꽃잎 이라든지 연애 그렇게 흘러가는 것들을 애써 붙들어보면 앞자락에 단추 같은 것이 보인다 가는 끝을 말아쥐고 부여잡은 둥긂 그 표면장력이 불끈 맺어놓은 설움에 꽁꽁 달아맨 염원의 실밥 바다로나 흙으로나 기억으로 가다 잠깐 여며보는 그냥...... 지금...... 뭐...... 그런 옷자락들 거기 흠뻑 발 젖은 안간힘의 다리가 보인다 정복여 시집 / 체크무늬 남자 문학이야기/명시 2022.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