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2022/03/23 2

객짓밥 / 마경덕

그림 / 장문자 ​ ​ ​ ​ 객짓밥 / 마경덕 ​ ​ ​ 하나님은 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 수면에 표면장력을 만들고 ​ 소금쟁이를 먹이려고 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 물위에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 네 개나 달아주셨다 ​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연못이 마르면 다른 데 가서 살라고 날개까지 주셨다 ​ 우리 엄마도 서울 가서 밥 굶지 말고, 힘들면 편지하라고 취직이 안 되면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 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 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여주었다 그 한마디에 객짓밥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섰다 ​ ​ ​ ​ 마경덕 시집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 ​ ​ ​ ​

꽃 피는 아버지 / 이성복

그림 / 서정철 꽃 피는 아버지 / 이성복 아버지 만나러 금촌 가는 길에 쓰러진 나무 하나를 보았다 흙을 파고 세우고 묻어주었는데 뒤돌아보니 또 쓰러져 있다 저놈은 작부처럼 잠만 자나? 아랫도리 하나로 빌어먹다 보니 자꾸 눕고 싶어지는가 보다 나도 자꾸 눕고 싶어졌다 나는 내 잠 속에 나무 하나 눕히고 금촌으로 갔다 아버지는 벌써 파주로 떠났다 한다 조금만 일찍 와도 만났을 텐데 나무가 웃으며 말했다 고향 따앙이 여어기이서 몇 리이나 되나 몇 리나 되나 몇리나되나..... 학교 갔다 오는 아이들이 노래 불렀다 내 고향은 파주가 아니야 경북 상주야 나무는 웃고만 있었다 그날 밤 아버지는 쓰러진 나무처럼 집에 돌아왔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가 말했다 너는 내가 떨어뜨린 가랑잎이야 이성복 시집 / 뒹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