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객짓밥 / 마경덕

푸른 언덕 2022. 3. 23. 21:11

그림 / 장문자

객짓밥 / 마경덕

하나님은

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

수면에 표면장력을 만들고

소금쟁이를 먹이려고

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

물위에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

네 개나 달아주셨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연못이 마르면

다른 데 가서 살라고 날개까지 주셨다

우리 엄마도

서울 가서 밥 굶지 말고, 힘들면 편지하라고

취직이 안 되면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

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

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여주었다

그 한마디에

객짓밥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섰다

마경덕 시집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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