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 서정철
꽃 피는 아버지 / 이성복
아버지
만나러 금촌 가는 길에
쓰러진 나무 하나를 보았다 흙을
파고 세우고 묻어주었는데 뒤돌아보니
또 쓰러져 있다
저놈은 작부처럼 잠만 자나?
아랫도리 하나로 빌어먹다 보니
자꾸 눕고 싶어지는가 보다
나도 자꾸 눕고 싶어졌다
나는 내 잠 속에 나무 하나
눕히고 금촌으로 갔다
아버지는
벌써 파주로 떠났다 한다
조금만 일찍 와도 만났을 텐데
나무가 웃으며 말했다 고향 따앙이 여어기이서
몇 리이나 되나 몇 리나 되나 몇리나되나.....
학교 갔다 오는 아이들이 노래 불렀다
내 고향은 파주가 아니야 경북 상주야
나무는 웃고만 있었다
그날 밤
아버지는 쓰러진 나무처럼
집에 돌아왔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가 말했다
너는 내가 떨어뜨린 가랑잎이야
이성복 시집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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