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꽃 피는 아버지 / 이성복

푸른 언덕 2022. 3. 23. 06:27

 

그림 / 서정철

 

 

 

 

 

꽃 피는 아버지 / 이성복

 

 

 

 

아버지

만나러 금촌 가는 길에

쓰러진 나무 하나를 보았다 흙을

파고 세우고 묻어주었는데 뒤돌아보니

또 쓰러져 있다

저놈은 작부처럼 잠만 자나?

아랫도리 하나로 빌어먹다 보니

자꾸 눕고 싶어지는가 보다

나도 자꾸 눕고 싶어졌다

나는 내 잠 속에 나무 하나

눕히고 금촌으로 갔다

아버지는

벌써 파주로 떠났다 한다

조금만 일찍 와도 만났을 텐데

나무가 웃으며 말했다 고향 따앙이 여어기이서

몇 리이나 되나 몇 리나 되나 몇리나되나.....

학교 갔다 오는 아이들이 노래 불렀다

내 고향은 파주가 아니야 경북 상주야

나무는 웃고만 있었다

그날 밤

아버지는 쓰러진 나무처럼

집에 돌아왔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가 말했다

너는 내가 떨어뜨린 가랑잎이야

 

 

 

 

 

 

이성복 시집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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