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두 마음 / 이 효

푸른 언덕 2021. 1. 28. 04:38

그림 : 김 정 수

 

두 마음 / 이 효

외출하고 돌아왔다.

붉은색 원피스도 모자도 벗는다

모자를 의자 모서리에 걸었다

양파 껍질을 벗기면 눈물이 난다

인간의 높고자 하는 욕망

틀어논 수도꼭지 같다

하이힐만큼이나

꽃이 달린 모자만큼이나

내 안에 꽈리를 틀고 춤추는 너

나를 쳐다보는 수많은 신선들

밤에 빛났던 불빛들

새벽 자동차 바퀴에 깔린 시간들

모자 속에 숨었던 새가 둥지에서

작은 깃털이 되는 순간이다

내일 아침 다시 모자를 쓰고 나갈까

아니, 다시는 모자를 쓰지 말자

두 마음이 키스를 한다

바벨탑을 오르는 모자들

발자국의 웅성거림

내일도 욕망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