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 준

푸른 언덕 2021. 1. 25. 18:47

그림 : 김 정 수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 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박준 시인 약력

* 출생 : 1983년, 서울

* 학력 :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수료

* 데뷔 : 2008년 계간 실천문학 '모래내 그림자극'

등단

*경력 : 창작과비평사 편집팀 기획위원

* 수상 : 2019.06. 제7회 박재삼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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