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비 / 박준
올해 두 살 된 단비는
첫배에 새끼 여섯을 낳았다
딸은 넷이었고
아들이 둘이었다
한 마리는 인천으로
한 마리는 모래내로
한 마리는 또 천안으로
그렇게 가도
내색이 없다가
마지막 새끼를
보낸 날부터
단비는 집 안 곳곳을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밤이면
마당에서 길게 울었고
새벽이면
올해 예순아홉 된 아버지와
멀리 방죽까지 나가
함께 울고 돌아왔다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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