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마장동 / 신동호

푸른 언덕 2023. 6. 22. 18:20

그림 / 김두엽

마장동 / 신동호

마장동에서는 네발로 걸어도 된다

간혹 소처럼 우우 울어도 뭐라 안 한다

소가 흘린 만큼 눈물을 쏟아내도

그저 슬그머니 소주 한병 가져다놓는 곳

죽음을 닮아 삶으로 내놓기를 반복해서

달구지 구르듯 고기 굽는 소리 들리는 곳

인생도 굴러가다보면 깨닫는 게 있고

닳고 닳아 삐걱거리다보면 기준도 생기는 법

축산물시장의 처녑에선 풀 냄새가 난다

한숨을 주워 담는 어머니들이 있다

막막한 꿈이 흔들거릴 땐 마장동에 간다

네발로 기다가 끔뻑끔뻑, 울어도 좋을

시집/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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