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어린아이 / 빅토르 마리 위고

푸른 언덕 2023. 6. 21. 18:39

작품 / 한치우

어린아이 / 빅토르 마리 위고

터키 군대가 지나간 곳은 모든 게 폐허와 멸망,

술 익는 섬나라 키오도 이제는 한낱 어두운 암초 일 뿐.

소사나무 울창했던 키오여!

흐르는 물결 속엔 수풀이 어른대고

산 언덕 옛 궁성 또한 비치고,

밤이면 때로는 춤추는 처녀들의 모습도 비춰 주더니, 키오여!

모든 것은 사막, 단지 불탄 성벽 옆에

파란눈의 그리스 소년이

상처입은 머리를 숙이고 앉아 있다.

이제는 잊혀진 그 잿더미 속에서

그가 의지할 피난처는

그를 닮아 핀 한 송이 산사나무꽃.

뾰족한 바위에 맨발로 서 있는 가엾은 소년아, 하늘같이 파도같이 그리도 푸른

네 눈에 어리는 눈물을 닦으려면,

네 슬픈 눈물이 기쁨과 즐거움의 빛이 되어

저 하늘 속에서 한 줄기 빛으로 흐르자면,

그리고 네 금발의 머리를 일으켜 세워려면,

너는 어찌 해야 되는가...... 귀여운 소년아.

칼의 수모를 받지는 않았어도

버들잎같이 네 이마 위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네 하이얀 어깨 위로

기분 좋게 정말 기분 좋게 벗어 내리려면,

소년아, 너는 어찌 해야 하는가.

애타는 네 슬픔을 누가 지으리.

어두운 이란의 샘물가에 피는

네 푸른 눈동자만큼이나 푸른 이 백합이런가.

그 위대한 나무, 튜바의 과일인가.

쉬지 않고 달리는 말도 백 년은 걸려야

어둠 속에서 그걸 찾아낼 텐데.

오보에보다 더 달콤하게 노래하고

심벌즈보다 더 쾌활하게 노래하는

숲 속에 예쁜 새가 있다면 너는 미소하겠지?

네가 원하는 것은? 꽃인가, 향기로운 과일인가 또 어여쁜 새인가?

그러나 파란 눈동자의 소년, 그 그리스 소년은 말하네,

-나는 화약과 총알을 원한다고.

<해설>

빅토르 위고는 19세기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거장이었다. 1802년에 태어나 1885년에 죽음을 맞았으니 얼추 한 세기를 다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시인, 소설가, 극작가로 활동했다. 앙드레 지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호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할 수 없다. 위고다" 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답변은 위고의 웅장하고 거대한 문학 세계에 대한 하나의 추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위고의 작품들은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이며, 강렬한 감정으로 인해 과장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작품을 통해 뚜렷하게 드러낸 목소리는 "프랑스 민중의 감정과 희망의 울림판"으로서의 휴머니즘었다. 그의 시편들은 유년 시절의 대한 회상, 사랑의 고통과 기쁨, 인간과 신의 관계, 신비한 자연현상과 전원에서의 삶, 어린이들에 대한 찬미 등에

두루 걸쳐 있다.

 

출처 / 세계의 명시 <문태준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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