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라라를 위하여 / 이성복

푸른 언덕 2023. 6. 18. 18:44

 

그림 / 최금란

 

 

 

 

 

라라를 위하여 / 이성복

 

 

지금, 나뭇잎 하나 반쯤 뒤집어지다 바로 눕는 지금에서 언젠가로 돌아누우며

지금, 물이었던 피가 물로 돌아가길 기다리는 지금 내게로

들어와 나를 벗으며

지금, 나 몰래 내 손톱을 밀고 있는 그대

손톱 끝에서 밀리는 공기의 저쪽 끝에서도 밀리는

 

그대, 내 목마름이거나 서글픔

가늘게 오르다가 얇게 깔리며 무섭게 타오르는 그대

나는 듣는다, 그대 벗은 어깨를 타고 흘러 떨어지는 빛다발에 환호歡呼

 

잔뜩 물오른 그대의 속삭임

어디서 그대는 아름다운 깃털을 얻어 오는가 초록을 생각하면 초록이 몸에 감기는가

분홍을 생각하면 분홍이 몸에 감기는가

무엇이 그대 모가지를 감싸 안으며 멋진 마후라가 되는가

 

날 때부터 이쁜 마음을 몸에두른 그대는 행복하여라

행복한 부리로 아스팔트를 쪼며 행복한 발바닥으로 제 똥을 뭉개는 그대는

 

 

 

 

 

 

이성복 시집 / 뒹구는 돌은 언제나 잠 깨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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