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잠수 潛水 / 이어령

푸른 언덕 2023. 6. 16. 17:52

그림 / 다비드자맹

잠수 潛水 / 이어령

사랑은 관찰이 아니다

잠수다

강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뛰어든다

차갑고 깊은 냇물 바닥으로

잠수한다

아가미처럼 겨드랑이 사이로

물방울을 느끼며 호흡한다

백수광부白首狂夫처럼

잡아도 돌아다보지 않고

허파에 물이 차도

결코 죽은 물고기처럼 물 위에 떠서

내려가지 않는다

떠내려가지 않는다

강물에 어둠이 깔려도

별들처럼 물위의 붙박이일 망정

떠내려가지 않는다

사랑은 관찰이 아니다

잠수다

수초도 자라지 않는 바닥 밑으로

잠수복도 없이 그냥 가라앉는것

사랑은 관찰이 아니다

잠수다

모래 속에

사랑하는 마음 속에

그냥 숨는 모래무지다

이어령 시집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참고>

백수광부(白首狂夫) : 백발의 미친 늙은이

백수광부(白首狂夫)는 옛 시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에 나오는 주인공

술 마시고 춤을 추며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백발의 미친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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