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유진선
비망록 /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해설 >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화자는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지만 결국은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에 대한 반성을 갖고 있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은 늘 옆에서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존재지만 정작 본인은 그를 돌로 인식해 왔음을 깨닫게 해주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