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비망록 / 문정희

푸른 언덕 2023. 6. 12. 18:51

그림 / 유진선

비망록 /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해설 >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화자는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지만 결국은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에 대한 반성을 갖고 있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은 늘 옆에서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존재지만 정작 본인은 그를 돌로 인식해 왔음을 깨닫게 해주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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