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사진관 앞, 텅 빈 액자 / 이 효

푸른 언덕 2023. 6. 11. 19:43

그림 / 윤영선

사진관 앞, 텅 빈 액자 / 이 효

사진관에 붉은 벽돌은

네모난 관절 소리를 낸다

액자 속 나비넥타이와

검정 구두 신은 사내아이

어디로 간 것일까

어릴 적 사진 속 소년

그녀의 볼에 복숭아꽃 핀다

세월이 바람처럼 흘러가고

그 많던 사진 속 가족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사라진 시계 속 여자의 초침은

유년의 퍼즐을 하나 둘 맞춘다

텅 빈 액자 속 걸어 나간 사람들

골목길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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