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폭포 / 손택수

푸른 언덕 2023. 6. 9. 16:01

 

폭포 / 손택수

 

 

벚꽃이 진다 피어나자마자

태어난 세상이 절벽이라는 것을

단번에 깨달아버린 자들, 가지마다 층층

눈 질끈 감고 뛰어내린다

안에서 바깥으로 화르르

자신을 무너뜨리는 나무,

자신을 무너뜨린 뒤에야

절벽을 하얗게 쓰다듬으며 떨어져 내리는

저 소리없는 폭포

벚꽃나무 아래 들어

귀가 얼얼하도록 매를 맞는다

폭포수 아래 득음을 꿈꾸던 옛 가객처럼

머리를 짜개버릴 듯 쏟아져내리는

꽃의 낙차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손택수 시집 / 호랑이 발자국<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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