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득주지우(得珠之憂) / 고운기

푸른 언덕 2023. 6. 6. 19:00

그림 / 박옥자

득주지우(得珠之憂) / 고운기

-삼국유사에서2

어린 스님 한 사람이 샘 가에서 바리때를 씻다가 자라에게 남은 음식을 주며 놀았다.

-내가 너에게 덕을 베푼 지 여러 날인데 무엇으로 갚아 주겠니?

며칠이 지나, 자라가 작은 구슬 하나 뱉어 냈다. 어린 스님은 그 구슬을 허리띠 끝에 달고 다녔다. 그로부터 사람마다 매우 아껴 주었다.

서울역 앞 1970년대 장사 잘되던 목욕탕에 고용된 이발사 김 씨

주인 아들이 치과 대학 졸업할 때까지 십 년 넘게 머리 깎아 주었다

-내가 나중 늙거든 내 이빨은 네가 맡아 주겠니?

삼십 년이 지나, 아들은 강남에서 돈 많이 번 의사가 되었다. 이미 아주 부자인 동기생 아가씨와 결혼하고 차린 병원은 예약 없이 못갔다. 김 씨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누구나 지녔으면서 귀한 줄 모르는 구슬 하나쯤 있다는 근심스러운 이야기

*득주지우(得珠之憂)

보물을 가진 자의 근심

 

고운기 시집 / 어쩌다 침착하게 예쁜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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