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출력할 수 없는 사람 / 이현경

푸른 언덕 2023. 6. 4. 19:44

그림 / 손정희

출력할 수 없는 사람 / 이현경

기억 저편에서 비가 내린다

나의 구간에서

사무침이 젖어 흘러내린다

당신 시간이 내게 건너올 때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던 사람

함께했던 시간의 타래가 풀리어

깨진 하트 사이로 빠져 나갔다

내 중심에 싱크홀만 남기고 가버린 사람

돌아올 수 없는 그 사람의

마지막이란 단어를 읽다가 깨물던 입술

이제는 출력할 수 없는 사랑의 무게

아직도 두근거리는 생이 다 소멸될 때까지

당신의 회로를 차마 지울 수 없다

 

이현경 / 허밍은 인화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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