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봄의 노래 / 고운기

푸른 언덕 2023. 6. 5. 20:27

그림 / 손정희

봄의 노래 / 고운기

봄은 왔다

그냥 가는 게 아니다

봄은 쌓인다

내 몸은 봄이 둘러 주는 나이테로 만들어졌다

스무 살 적 나이테가 뛰기도 하고

그냥 거기 서 있으라

소리치기도 한다

어떤 항구의 풍경이 그림엽서 속에 잡히고

봄밤을 실어 오는 산그늘에 묻혀

어둠이 어느새 마을을 덮어 주는 내내

한 사람을 그리워한다

봄은 왔다 그냥 가지 않는다

 

고운기 시집 / 어쩌다 침착하게 예쁜 한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