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단비 / 박준

푸른 언덕 2023. 6. 2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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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 / 박준

 

 

 

올해 두 살 된 단비는

첫배에 새끼 여섯을 낳았다

 

딸은 넷이었고

아들이 둘이었다

 

한 마리는 인천으로

한 마리는 모래내로

한 마리는 또 천안으로

 

그렇게 가도

내색이 없다가

 

마지막 새끼를

보낸 날부터

 

단비는 집 안 곳곳을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밤이면

마당에서 길게 울었고

 

새벽이면

올해 예순아홉 된 아버지와

 

멀리 방죽까지 나가

함께 울고 돌아왔다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