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호수 / 이형기

푸른 언덕 2022. 10. 14. 17:33

 


그림 / 신종식

 

 

 

 

호수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같이 떨던 것이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속에 지니는 일이다

 

 

 

시집 / 적막강산 <모음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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