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백기륜
꽃밭을 바라보는 일 / 장석남
저 꽃밭에 스미는 바람으로
서걱이는 그늘로 편지글을 적었으면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을 했으면
그 바람으로 나는 레이스 달린 꿈도 꿀 수 있었으면
꽃속에 머무는 햇빛들로 가슴을 빚었으면
사랑의 밭은 처마를 이었으면
꽃의 향기랑은 몸을 섞으면서
그래 아직은 몸보단 영혼이 승한 나비였으면
내가 내 숨을 가만히 느껴 들으며
꽃밭을 바라보고 있는 일은
몸에,도망온 별 몇을 꼭 나처럼 가여워해
이내 숨겨주는 일같네
장석남 시집 / 꽃밭을 바라보는 일 <시인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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