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걸레의 마음 / 정호승

푸른 언덕 2022. 10. 12. 19:17

 

그림 / 장근헌

 

 

 

 

걸레의 마음 / 정호승

 

 

 

내가 입다 버린 티셔츠를

어머니는 버리기 아깝다고 다시 주워

걸레로 쓰신다

나는 걸레가 되어 집 안 청소를 하고

변기도 닦고

침대 모서리 먼지도 닦아낸다

어떤 날은 베란다에 떨어진 새똥도 닦아낸다

그렇게 걸레가 되고 나서부터는

누가 나더러 걸레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청소할 때마다

나를 걸레로 만드신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나는 다 해진 걸레로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평생 나를 위해 사셨던

어머니의 걸레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

 

 

 

 

정호승 시집 / 슬픔이 택배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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