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마크 로스코와 나 2 / 한강

푸른 언덕 2022. 10. 11. 19:27

 


작품 / 전지연

 

 

 

 

마크 로스코와 나 2 / 한강

 

 

 

한 사람의 영혼을 갈아서

안을 보여준다면 이런 것이겠지

그래서

피 냄새가 나는 것이다

붓 대신 스펀지를 발라

영원히 번져가는 물감 속에서

고요히 붉은

영혼의 피 냄새

 

이렇게 멎는다

기억이

예감이

나침반이

내가

나라는 것도

 

스며오는 것

번져오는 것

 

만져지는 물결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의 피

 

어둠과 빛

사이

 

어떤 소리도

광선도 닿지 않는

심해의 밤

천년 전에 폭발한

성운 곁의

오랜 저녁

 

스며오르는 것

번져오르는 것

 

피투성이 밤을

머금고도 떠오르는 것

 

방금

벼락치는 구름도

통과한 새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 영혼의 피

 

 

 

 

*한강 시집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