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가슴이 슬프다 / 정호승

푸른 언덕 2022. 10. 10. 18:53

 

그림 / 금채민

 

 

 

 

가슴이 슬프다 / 정호승

 

 

어린 새들이

단 한알의 모이를 쪼아 먹으려고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거리고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재빨리

수십번이나 자리를 옮기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기어이 한알의 모이도

한모금의 물도 쪼아 먹지 못하고

검은 마스크를 쓴 인간이 두려워

포르르

어둠이 깃드는 저녁 하늘로 멀리 날아갈 때

가슴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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