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행복 / 유치환

푸른 언덕 2022. 9. 25. 18:29

 

그림 / 박은영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각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붙이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 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시집/ 시를 잊은 그대에게 <휴모니스트>

 
 
*여고시절에 외웠던 시 입니다 다시 읊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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