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폭풍 / 정호승

푸른 언덕 2022. 9. 7. 18:57

 

그림 /정계향

 

 

 

 

폭풍 / 정호승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정호승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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