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어디 우산 놓고 오듯 / 정현종

푸른 언덕 2022. 9. 9. 17:23

 

그림 / 김명희

 

 

 

어디 우산 놓고 오듯 / 정현종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시집 /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침 단상>

요즘 비가 참 많이 내렸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가끔 우산을 지하철에 놓고

내리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핸드폰에 머리를 박고 있다가 "☆☆역입니다" 하면

정신없이 몸만 빠져나옵니다.

그런 날은 영락 없이 우산을 잃어버립니다.

마치 나를 자리에 놓고 내린 듯이

마음이 많이 허전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애써 자신을 토닥여줍니다

그래, 우산이 손에 없으니

얼마나 자유롭니.... 괜찮아

긍정적으로 마음을 돌려봅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

더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면서 살겠지요.

저는 봄에 사랑하는 엄마를 잃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잃어버리는 연습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오늘 우산을 잃어버렸지만 누군가는 우산을 주었겠지요.

그렇게 기분 좋게 생각하며 살기로 했습니다.

삶은 어차피 더하기 빼기 하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빼기 인생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빈손으로 가야 하는 길이니까요.

 

<이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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