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천양희
바람의 바람으로 / 천양희
땅에 낡은 잎 뿌리며
익숙한 슬픔과 낯선 희망을 쓸어버리는
바람처럼 살았다
그것으로 잘 살았다, 말할 뻔했다
허공을 향해 문을 열어놓은 바람에도
너는 내 전율이다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그것으로 잘 걸었다, 말할 뻔했다
바람 소리 잘 들으려고
눈을 감았다
그것으로 잘 들었다, 말할 뻔했다
바람은 나무 밑에서 불고
가지 위에서도 분다
그것으로 바람을 천하의 잡놈이라, 만할 뻔했다
천양희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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