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등에 관하여 푼다 / 박순

푸른 언덕 2022. 6. 20. 19:19

 

그림 / 정금자

 

 

 

등에 관하여 푼다 / 박순

 

 

꺾인 허리를 반쯤 펴고

들어올린 들통

엿질금을 물에 담가 불리고

팍팍 문질러 꼬두밥 넣고

불앞에서 밤을 지새운 엄마

밥알이 껍질만 남긴 채 쏙 빠져나온듯

세상에서 젤루 어려운 것이

넘의 맴 얻는 거라며

투닥대지 말고 비위 맞춰 살라고

맴 단단히 붙들고 강단지게 살라고 했다

어여 가거라,

와이퍼처럼 손을 흔들며

겨울비 우산 속 키 작은 엄마는

어둠속으로 묻혀갔다

어매, 어쩌다 꼬드밥이 되야 불었소

 

 

 

시집 / 시작 (시시한 일상이 작품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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