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폭포 / 나호열

푸른 언덕 2022. 4. 2. 19:04

폭포 / 나호열

수만 마리의 푸른 말들이 가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떨어질 때 그때 그 말들은 천마가 된다

천마가 되면서 순간, 산화하는 꽃잎들은

젊은 날 우리들은 얼마나 눈부시게 바라보았던가

아무에게도 배운 적 없는 사랑의 꿈틀거림이

천 길 아래로 우리를 떠밀어내었던가

그 푸른 말들이 하염없이 흘러서

한 가슴을 적시기라도 했단 말인가

추락이 두려워서 아니 밑바닥까지 추락해버린

한 사내가 폭포를 더듬어 올라가고 있다

물방울들이 수만 마리의 연어들처럼 꿈틀대면서

하늘을 오르는 계단을 헛딛고 있다

얼굴에 엉겨붙은 물보라

그 소리가 하늘에 박혀 있는 새들의 날개처럼 펄럭거린다

이미 황혼인 것이다

나호열 시집 / 타인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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