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창열
눈물 선행 / 이상국
연말이 되어 나도 선행을 했다
누군가 고학생 시절
거저먹은 홍합 한 그릇 값으로
몇십 년 뒤 수백만원을 내놓았다고 한다
눈시울이 젖었다
아, 거리의 뜨거운 홍합 국물
세상에 갚아야 할 게 너무 많은데
나는 얼마나 인색했던지
산다는 게 늘
누군가에게 미안한 일이므로
아무에게나 조금만 잘해주면 되는데
나는 안 하면서
남이 하면 눈물이 난다
<이상국 시인>
*1946년 강원 양양 출생
*1976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뿔을 적시며><달은 아직 그 달이다>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시선집<국수가 먹고 싶다>등이 있다
*2013년 제2회 박재삼문학상
*2012년 정지용 문학상
*2011년 제6회 불교문예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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