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바실리 칸딘스키
첫눈 / 조하은
육성회비 봉투 비어 있는 채로 들고 간 날
등을 떠민 담임선생님은
빈 봉투 대신 들고 온 날고구마로
내 머리통을 후려쳤다
빈 봉투와 생고구마가 날아오르던 교실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의자를 들고 벌을 섰다
미열이 온몸으로 흘러들어와 마구 돌아다녔다
헛것이 보였다
운동장 귀퉁이 사시나무도 시름시름 앓았다
달아오르는 날이었다
창밖에는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조하은 시집 / 얼마간은 불량하게
*충남 공주 출생
*2015년 (시에티카)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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