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박지숙
빈잔 / 임성구
내 앞에 놓여있는 쓸쓸한 너를 두고
무엇을 채워줄까 고민하다 잠이 들었네
마셔도 비워지지 않는 향긋한 술이 떠도네
봄은 피고 지고 맵게 울던 매미도 가고
발갛게 익은 가을과 설국의 계절 보내놓고
또다시 한 바퀴의 잔을, 채우면서 웃어보네
화무에 취해버린 내 잠꼬대에 걷어차여
쏟아진 너의 생애 얼마나 많이 아플까
미안타, 마음 하나 못 채워 헛꽃만 뭉텅 피네
*미안타 : 미안하다 (방언)
임성구
시조집 <혈색이 돌아왔다><앵통하다 봄>
<살구나무죽비><오랜 시간 골목에 서 있었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집 <형아>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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