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동물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정끝별

푸른 언덕 2022. 3. 27. 19:38

그림 / 최 석 원

동물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정끝별

소 눈이라든가

낙타 눈이라든가

검은 눈동자가 꽉 찬 눈을 보면

내가 너무 많은 눈을 굴리며 산 것 같아

남의 등에 올라타지 않고

남의 눈에 눈물 내지 않겠습니다

타조 목이라든가

기린 목이라든가

하염없이 기다란 목을 보면

내가 너무 많은 걸 삼키며 사는 것 같아

남의 살을 삼키지 않고

남의 밥을 빼앗지 않겠습니다

펭귄 다리라든가

바다코끼리 다리라든가

버둥대는 짧은 사지를 보면

나는 내가 더 많은 죄를 짓고 살 것 같아

우리에 갇혀 있거나 우리에 실려 가거나

우리에 깔리거나 우리에 생매장당하는 더운 목숨들을 보면

우리가 너무 무서운 사람인 것만 같아

 

시집 / 오늘의 시

*202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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